■서문■

이제마 선생의 제자인 성당(誠堂) 한교연(韓敎淵) 님의 1914년 판 서문을 한글로 인용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살펴볼 것 같으면 그 이치(理治)는 하나일 뿐이니, 바로 만물을 생육시키는 기(生氣)가 운행 변화해 나가는 기틀인 것이다.

생명을 잘 키워 나가는 그 운행 변화의 근원을 원(元)이라 말하고, 그것이 공덕을 쌓으면서 근원을 잘 보존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 아울러 말할 것 같으면 태극(太極)이고 나누어 부를 것 같으면 하늘, 땅, 사람이라는 세 가지 극(三極)이 된다.

태극은 음양이라는 양의(兩儀)를 생기게 하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생기게 하는 반면, 세 가지 극은 결국 이(理)와 기(氣)로 크게 하나로 묶어진다. 그러한 까닭으로 하늘에서는 춘하추동(四時)이 운행하고 땅에서는 동서남북(四方)이 정해지며 특히 사람에게 있어서는 사상(四象)이 생겨난다.

그 각각에는 줄고 늘고 차고 기우는 이치(消長盈虛之理)와 천 가지 만 가지로 변화 생성되는 기(化成應變萬殊之氣)를 갖추고 있는데, 깊이 연구하여 볼 것 같으면 결국 그러하도록 보존하고 키우고 낳고 하는 본성이 있어서 그러한 것이다. 그 본성이 그러할 수 있는 이치와 그러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공덕과 현상은 결국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하나로 꿰고 있는 근원(元)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천 가지 만 가지 서로 다른 기(氣)가 결국은 하나의 이(理)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으므로 양의니 삼극이니 사상이니 오행이니 하는 특성들이 비록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하나의 근원을 오래도록 보존하여 키우는 이치는 하나뿐인 것이다.

그것이 실제 운용됨에 있어서 나누어지는 품성의 이치로 논하게 되면, 네 가지 유형의 사상인(四象人)이 있게 된다. 마음에도 역시 그와 같은 이치로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라는 네 조각의 감정이 있게 되는데, 이것이 결국은 오행의 원만함을 해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장육부에 생기는 병의 뿌리에도 서로 특색이 있게 된다.

그것이 본래의 모습대로 합쳐져 있어서 근원을 생육하는 면에서 논하게 되면, 하나의 이(理)요 태극(太極)이 되는 것이다. 오로지 보존과 양육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두 갈래의 노력에 따라서 결국은 세 가지의 등급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므로 기(氣)와 신체의 치료하는 방법은 모두 같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능히 그 뜻이 성실하고 마음이 발라서 그 성정(性情)을 폭발시키지 않거나 잘 조화시킬 수 있으면, 그가 사상(四象) 가운데에 어떠한 하나에 속하든 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장수하고 부귀를 누리며 이름이 하늘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마음을 일러서 심천(心天)이라 하고 그 심신(心神)을 일러서 천군(天君)이라고 한다. 성인(聖人)은 도덕이라는 지극한 삶의 표준을 세웠으므로 마음을 다스리는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사람이 능히 뜻을 성실되게 하지도 못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지도 못하여 성정을 폭발시키고 조화시키지 못하게 되면, 네 조각으로 떨어져 나가는 감정이 감응함에 따라서 백 가지 병이 생긴다. 백 가지 병이 모두 사상(四象)에 뿌리를 두고서 결국은 요절(夭折), 질병(疾病), 우울(憂鬱), 빈곤(貧困), 악심(惡心), 병약(病弱)이라는 여섯 가지 흉함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자는 병을 다스리는 최고의 요령이 바로 마음을 다스리는 길임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사조차도 병의 뿌리가 사상(四象)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세상의 그 많은 가슴 아픈 불행들이 곪아 터지도록 손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한 채 죽어가게 내버려 두어 왔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므로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선생이 그것을 깊이 걱정하여 이 책을 짓게 되었던 것이다.

열셋이나 되는 경전에 실려 있는 성현들의 도덕이 어느 하나 우뚝하지 않은 것이 없건만, 끝내는 그 마음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들의 병을 구할 수 없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위로 중국의 신농(神農), 황제(黃帝)로부터 아래로 요수(堯壽)에 이르기까지 삼대에 걸쳐서 이루어진 의학과 약학의 이론과 기술이 고명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사상(四象)으로 나누어지는 사람의 병을 하나의 처방으로 다 치료할 수 없었던 것도 분명하였다. 지금까지의 여러 성현들이 못내 아쉬워하였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동의수세보원」을 볼 것 같으면 그 이론은 비록 간단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요점과 병을 다스리는 요점을 함께 갖추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다.

그리하여 세상에 미친 공덕과 혜택에 있어서 열세 경전이나 신농·황제·요수에 의하여 제정된 문헌들을 넘어서고 있다 아니할 수 없다.

선생께서는 성인의 자질을 가지고 우리나라 조선 말기에 태어나시었지만 노년에 이르러 생활 형편이 좋지 않았으므로 성인으로서의 큰 진리를 세상에 다 펴지 못하시었다.

세상에 남기신 공덕과 혜택은 이 책 하나에 그치지만, 만약 세상 사람들이 이 가르침을 잘 지킨다면 이 하나만으로도 억만년토록 우리의 인생을 마음놓고 맡길 수 있는 표준이 설 것이고 헤아릴 수 없는 심신의 건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이 책이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술에 국한된 것이고 선생은 그저 병을 아주 잘 고치는 우리나라의 의사였다는 정도로 인식함에 그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 책 속에 실려있는 심신 건강의 큰 진리를 자세히 연구하여 보면 천국이 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선생께서 대한제국 광무 4년(1900) 경자년에 돌아가시니 그 다음해에 여러 제자들이 선생께서 세상에 남기신 큰 진리의 공덕을 밝히기 위하여 이 책을 간행하게 되었다.

근래에 서울 소안동에 있는 보급서관의 김용준 사장이 이 방면에 소양을 가지고 있어, 이 책이 여러번 간행되지 못하여 선생의 공덕과 혜택이 널리 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깊이 느낀 바 있었다.

출판비가 많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책을 다 꾸며 놓은 뒤에 나를 찾아와서는 내가 일찌기 선생의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라났으므로 내가 검정을 하고 서문을 써야 한다고 말하였다.

나는 아직 배우는 사람으로서 어찌 학문의 깊고 큼을 욕되게 할 수 있을까마는 감히 물리치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행동인 줄 알면서도 이 글을 써서 선생께서 남기신 큰 뜻을 세상에 알려 볼까 한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넓은 용서를 바란다.

서기 1914년 음력 정월
성당(誠堂) 한교연(韓敎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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